[나이트 워커] 세계관 (챕터5 ~ 챕터8)
※ 관련글
CHAPTER.5
꿈꾸는 소녀
저는 글을 잘 쓰는 게 아니에요. 제게 재능이 있다면, 그건 아마 다채로운 꿈을 꾸는 능력인 것 같아요.
마야는 조용하지만 호기심이 많은 고등학생 소녀였다.
부모님이 없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던 그녀는, 대부분의 시간을 상상으로 보냈다. 그럼 덜 외로웠으니까.
그녀의 꿈 능력이 발현된 것은
어느 날 갑작스럽게 받게 된 소포 안에 들어있던 목걸이 때문이었다.
목걸이를 착용한 바로 그날 밤부터, 마야는 이전과는 다른 생생한 꿈을 꾸기 시작하였다.
어느 날은 말을 하고 두 발로 걸어 다니는 동물들이 사는 사막으로 갔다가,
어느 날은 무림의 영웅들과 함께 구름 위를 날아다니다가
어느 날은 동화책 속 인물들과 어울려 과자로 만든 집에 가서 배불리 먹고
또 어떤 날은 영화에서나 보던 초능력자들이 서로 싸움을 하는 걸 구경했다.
이런 꿈들은 너무나 생생해서, 잠에서 깨어나도 전혀 잊혀지지 않았다.
마야는 꿈속에서의 자신의 경험들을 모두 글로 정리해 두었는데,
우연히 한 출판사와 연이 닿게 되어 이것을 모아 소설로 출판하게 되었다.
이 소설은 전국적으로 큰 인기를 얻게 되었고 마야는 아주 유명해졌지만,
유일하게 마음을 나눌 수 있던 오랜 친구 로즈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그녀는 더욱 깊은 외로움에 빠져들었다.
그날 밤도 마야는 울면서 잠이 들었고, 새로운 꿈을 꾸었다.
꿈에선 죽은 줄 알았던 친구 로즈와 함께, 남동생 같은 귀여운 남자아이가 등장했다.
오랜만에 정말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마야 누나, 외로울 땐 언제나 놀러 와. 내가 또 재밌게 해 줄게.
그 아이의 이름은 코코였다.
CHAPTER.6
히스토릭 서비스
마야, 이 아이가 혹시… 꿈 능력자가 아닐까요?
‘히스토릭 서비스’라는 단체는 원래
대홍수 이전의 역사를 최대한 보전하자는 취지로 이브라힘이 설립한 것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잃은 인류에게 ‘역사’란 단지 과거의 일이 아니라,
인류에게 꼭 필요한 정보와 기술, 그리고 경험의 집합체였다.
그렇기에 당연하게도, 이 ‘역사’를 독점하고 있는 히스토릭 서비스는 곧,
문화, 경제, 군사, 기술 등 모든 분야를 장악하게 되었고,
결국 인류가 직면하게 되는 모든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요구를 받는 동시에,
인류 역사상 최대의 권력 기관이 되었다.
이브라힘이 ‘멸망의 서’를 통해 세상이 어떻게 멸망하게 되었는지를 밝힌 이후,
지난 500년 간 히스토릭 서비스의 최대 화두는 바로
‘또 다른 꿈 능력자가 나타날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메트로 국립 도서관의 사서이자 열정적인 역사 연구가였던 ‘베니 포스터’는 특히 이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다 베니 포스터는 우연히 유명한 고등학생 소설가 마야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고,
그녀의 모든 소설이 꿈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에 주목하게 되었다.
그녀가 자신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느낌이,
이브라힘이 ‘멸망의 서’에서 언급한 것과 너무나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마야가 꿈 능력자라면…?’
그녀의 소설 속에 등장한 세계들이 어디엔가 실재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그녀의 가정은, 곧 사실이었음이 밝혀진다.
마야의 소설에 등장했던 사막의 나라 사하라가 아라라트 남부에서 발견된 것이다.
두 발로 걷는 수인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모래 폭풍 등
그녀의 소설에서 묘사되는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히스토릭 서비스는 당장 마야를 확보하려 움직였으나, 이미 한 발 늦은 상태였다.
마치 지구가 쪼개지는 듯한 거대한 굉음과 함께 세계의 지축이 흔들렸고,
마야는 자신의 침대에 누워 영원한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CHAPTER.7
목걸이가 깨지다
언제까지나 널 곁에 둘 거야. 이 목걸이를.. 깨버리면 되겠지.
코코가 처음 마야의 꿈에 등장했을 때는 분명 5살 즈음의 어린아이였다.
그런데 그다음 만날 때는 7살, 그다음은 10살….
마야는 그대로였지만, 코코는 어느새 20대 청년이 되어 있었다.
코코는 마야가 오지 않을 땐 홀로 외로이 지냈다.
그에게는 마야가 세상의 전부였다. 마야만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낼 뿐이었다.
로즈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마야는 그런 코코가 점점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갈수록 마야가 코코를 방문하는 횟수는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로즈는 그런 코코가 안타까웠고, 동시에 마야에게 강한 질투심을 느꼈다.
로즈는 마야가 잠든 사이, 마야의 목걸이를 몰래 훔쳤다. 자신도 꿈 능력자가 되고 싶었다.
코코와 둘이 사는 세계를 꿈꾸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장면을 코코에게 들키게 되고, 마야의 목걸이에 대해 코코에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끝까지 모든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 있던 코코는
갑자기 로즈로부터 마야의 목걸이를 빼앗아 한 손에 쥐더니
그대로 부숴버렸다.
산산이 부서진 목걸이의 파편은 온 세상으로 흩어져 버렸고,
그 자리에 있던 코코와 로즈의 몸에도 무수히 박혀버렸다.
목걸이가 깨지면서 현실의 마야는 영원한 잠에 빠져들었고,
꿈속의 마야는 어딘지도 모르는 공간에 갇혀버리게 되었다.
눈을 뜨지 못하게 된 마야. 그녀는 오로지 목걸이 파편을 통해서만 세상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는 비로소 알게 되었다.
자신이 그동안 꿈꿔왔던 모든 것이,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CHAPTER.8
세계, 연결되다
우린 마더랜드에서 온 신들입니다. 우릴 창조한 마야님을 찾고 있습니다만.
마야의 목걸이가 부서지자, 마야의 꿈으로 인해 생겨난 세계들의 경계가 무너지기 시작하였다.
물론 누구나 그 경계를 넘나들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인류가 가장 먼저 만난 꿈세계의 인물은 바로 마더랜드의 신들이었다.
생명의 신 미리어드, 운명의 신 갈리아노, 전령의 신 에르메스, 미의 신 베누스
이 4명의 신은 세상에 닥친 거대한 위기를 감지하고,
자신들의 창조주, 마야를 찾기 위해 마야가 태어난 원세계로 넘어온 것이었다.
또한, 파편을 가진 자, 워커들의 존재도 이때 알려졌다.
능력자들의 세계, 브린디쉬의 X,
구름 위의 무림 세계, 구운동의 담천 연 등
각 세계의 워커들이 하나둘씩 자신들의 능력을 자각하고 원세계로 넘어오기 시작하였다.
신이거나 워커가 아닌 사람들이 다른 세계로 넘어갈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바로 ‘문 능력자’라고 불리는 에이미 우드게이트가 열어주는 문을 통해 건너가는 것.
그러나 에이미 우드게이트는 친절한 사람이 아니었기에, 아무에게나 문을 열어주지는 않았다.
히스토릭 서비스는 세계가 멸망할 수 있는 위기에 처했다고 판단하여
마야를 찾기 위한 긴급 대책 본부를 설치하고, 그 곳에 다른 세계에서 온 인물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그리고 독단적인 성격으로 상부와는 사이가 좋지 않았음에도 탁월한 성과를 보여왔던
‘크루스’를 본부장으로 임명하였다.
하지만 결정적인 한 가지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모든 세계를 돌아다니며, 어떠한 위협도 헤쳐나갈 수 있는
“강력한 전투력을 갖춘 워커”.
대체 그런 워커를 어디 가서 찾는단 말인가?
운명의 신 갈리아노는 조급해하는 크루스에게 옅은 웃음을 띠며 말했다.
기다리십시오. 조만간 그 자가 직접 우리를 찾아올 것입니다.